2024년에 개봉한 아이 소 더 TV 글로우는 제인 쇤브룬(Jane Schoenbrun) 감독이 연출한 심리 공포 드라마로, 실존적 공포와 성장 서사를 결합한 독특한 작품입니다. 이 영화는 두 십대 주인공 오웬(Owen)과 매디(Maddy)가 신비로운 TV 프로그램 *더 핑크 오페이크(The Pink Opaque)*에 집착하면서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흐려지는 과정을 그립니다. 이들은 각각의 개인적 고난을 겪으며, TV 쇼는 그들의 내면적 혼란과 정체성 위기를 상징하는 도구로 작용합니다. 독특한 공포 영화로 유명한 A24 스튜디오에서 배급한 이 영화는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LGBTQ+ 테마, 그리고 강렬한 분위기로 관객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트에서는 영화의 성공 요인을 세 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겠습니다. 공포 요소, 성장 서사, 그리고 혁신적인 연출입니다.
1. 심리 공포: 공포보다는 긴장감에 집중
아이 소 더 TV 글로우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공포를 다루는 방식입니다. 이 영화는 전통적인 점프 스케어나 초자연적 요소에 의존하기보다는, 느리게 타오르는 심리적 긴장감을 통해 관객을 불안하게 만듭니다. 영화가 전달하는 공포는 실존적이며, 고립감, 정체성 상실, 그리고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흐려지는 느낌에 중점을 둡니다. 오웬과 매디가 더 핑크 오페이크에 점점 더 몰입할수록 그들의 현실 감각은 점차 약해집니다. 이 쇼 자체도 점점 더 기괴해지며, 섬뜩한 캐릭터들과 불안감을 자아내는 시각적 요소들이 등장하여 관객에게 깊은 불편함을 안겨줍니다.
이러한 느린 전개 방식의 공포는 영화 속 공간적 배경과도 맞물려 더욱 강화됩니다. 텅 빈 교외 거리, 어둑어둑한 방, 버려진 건물 등은 언제나 무언가가 숨어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또한 영화의 색채 사용도 이러한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합니다. 네온 핑크와 블루 톤이 많은 장면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며, 이는 한편으로는 향수를 자극하면서도 동시에 혼란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 색상들은 단순한 미적 선택을 넘어 성 정체성 혼란과 젠더 디스포리아(gender dysphoria)를 상징적으로 표현하며, 공포 경험에 깊이를 더합니다. 이러한 분위기 중심의 공포 연출은 관객에게 직접적인 대면보다는 심리적 불안을 자아내며, 기존의 공포 장르에서 독창성을 발휘합니다.
2. 성장 서사: 정체성과 소외감
아이 소 더 TV 글로우는 본질적으로 성장 서사를 담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오웬과 매디는 자신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세상 속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 고군분투하는 아웃사이더들입니다. 그들이 더 핑크 오페이크에 열광하게 되는 것은 그들의 가혹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한 일종의 도피처 역할을 합니다. 오웬은 아버지와의 갈등 속에서 고통받고 있으며, 매디는 가정 내 학대를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들이 공유하는 쇼에 대한 집착은 새로운 의미를 띠기 시작합니다. 특히 오웬에게 있어 더 핑크 오페이크는 자신이 인식하지 못했던 젠더 디스포리아를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됩니다.
영화는 오웬의 캐릭터 아크를 통해 자기 발견과 억압이라는 주제를 탐구합니다. 매디가 자신들이 더 핑크 오페이크 속 캐릭터라고 믿으며 환상 속으로 빠져들 때, 오웬은 그녀를 따르기를 주저합니다. 이는 그가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직면하기 두려워하는 모습을 반영합니다. 쇤브룬 감독은 이 영화를 트랜스젠더 경험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설명했으며, 특히 자신의 성별 정체성이 사회적 기대와 맞지 않음을 깨닫는 순간을 '에그 크랙(egg crack)'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러한 정체성 갈등에 대한 섬세한 묘사는 청소년기 동안 비슷한 소외감이나 혼란을 경험했던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이 성장 서사가 특히 매력적인 이유는 쉽게 해결되거나 명확한 결말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오웬은 여전히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현실 속에서 갇혀 있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는 실제 삶에서의 정체성 문제와 마찬가지로 깔끔하게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자기반성과 탐구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반영합니다.
3. 독창적인 연출: 시각적 스토리텔링과 분위기
제인 쇤브룬 감독의 연출은 아이 소 더 TV 글로우를 특별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로우파이(Lo-fi) 미학부터 꿈같은 전개 방식까지, 영화의 모든 요소는 관객을 불안하고 낯선 세계로 몰입시키기 위해 세심하게 설계된 느낌을 줍니다. 쇤브룬 감독은 롱테이크(long take)와 느린 전개를 통해 불편함을 조성하며, 장면들은 종종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어 어색한 침묵이나 불편한 상호작용을 강제로 마주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느린 전개는 주인공들의 내면 갈등과도 일치합니다. 오웬이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직면하기 망설이는 것처럼 영화도 쉽게 결론에 도달하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아이 소 더 TV 글로우는 90년대 텔레비전 미학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지만 이를 어두운 목적을 위해 뒤틀어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화 속 가상의 프로그램인 더 핑크 오페이크는 당시 특유의 효과를 재현했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점 더 기괴해지고, 이는 오웬의 현실 인식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향수를 자극하는 시각적 요소와 불쾌감을 유발하는 내용 간의 대비는 관객들에게 끊임없는 긴장감을 선사합니다.
또한 쇤브룬 감독은 색채 상징주의를 영화 전반에 걸쳐 광범위하게 사용합니다. 네온 핑크와 블루 톤이 많은 장면에서 지배적으로 사용되며 이는 단순히 90년대 미학을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트랜스젠더 프라이드 컬러에 대한 은유적인 언급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색상들은 전략적으로 사용되어 오웬이 자신의 정체성과 갈등할 때마다 감정적으로 중요한 순간들을 시각적으로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그가 자신에게서 멀어진다고 느끼는 장면들은 종종 이 네온 톤으로 물들어 그의 내면 갈등을 시각적으로 강화합니다.
사운드트랙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킵니다. 피비 브리저스(Phoebe Bridgers)와 캐롤라인 폴라첵(Caroline Polachek) 같은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삽입되어 더 핑크 오페이크의 향수적인 요소와 오웬의 심리적 여정을 더욱 심화시킵니다. 몽환적인 시각 효과와 신비로운 사운드트랙이 결합되어 관객들에게 잊히지 않는 몰입형 경험을 제공합니다.
결론
결론적으로 아이 소 더 TV 글로우는 실존적 공포와 정체성 탐구, 그리고 혁신적인 연출 덕분에 심리 공포 영화와 성장 서사의 영역 모두에서 성공적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분위기를 중시하며 전통적인 공포 요소 대신 심리적 긴장감을 강조함으로써 쇤브룬 감독은 감정적으로 깊이 있는 경험을 선사하며 관객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특히 소외감이나 정체성 혼란을 겪었던 사람들에게 더욱 강렬하게 다가옵니다.
슬로우 번(Slow-burn) 심리 공포 영화를 좋아하거나 LGBTQ+ 서사를 다룬 영화를 찾고 있는 관객들에게 아이 소 더 TV 글로우는 독창적이고 감동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서 기존의 스토리텔링 규범을 깨뜨리는 동시에 자기 발견과 수용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제공합니다.